정부의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정책과 관련,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이 의료업과 무관한 여행업이나 숙박업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현행 법률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의료법 위임범위도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내용'이 의료법상 위임입법을 일탈하였는지 여부를 국회 입법조사처에 문의한 결과, 다수 전문가들이 위임일탈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놨다고 2일 밝혔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가 외부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 받은 결과를 보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내용이 의료법상 위임입법을 일탈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4명 중 3명의 자문위원이 숙박업·여행업·국제회의업까지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의료법상 위임규정을 일탈하였다는 의견을 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목욕장업, 장애인보장구 등의 맞춤제조·개조·수리업은 의료기관 내에서 일반적인 환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가 일상적 활동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사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여행업·국제회의업·외국인환자 유치·종합체육시설업·수영장업·체력단련장업은 의료기관 내에서 일반적인 환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가 일상적 활동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 또한 "의료법이 정한 부대사업의 핵심은 의료기관이 본래적으로 수행하는 의료업의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의 사업이어야 하고, 공중위생에 이바지하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활동 범위의 사업"이라며 "숙박업·여행업·국제회의업·건물임대업 등은 본래적 의료업의 범위를 뛰어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A 법무법인 변호사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의료법 제49조를 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의료법 시행규칙 제60조에 의하여 의료법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이를 구체화하는 등 의료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여 탄력적으로 해당 사업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도 무방하기 때문에,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는 반론을 냈다．

▲국회 입법조사처 전문가 의견 조회 결과(김용익 의원실 제공).

이와 관련 김용익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와 다수의 법률전문가가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 중인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일부 내용이 의료법 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결과를 내 놓은 것은 국민 상식에 맞는 당연한 결과"라고 평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법의 공익적 취지를 벗어나 의료법 개정 없이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 및 자법인 설립을 추진하려는 시도는 행정 독재에 불과하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6월 11일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현행 부대사업 외에 목욕장업 및 서점·숙박업·여행업·국제회의업 및 외국인환자유치·종합체육시설업·수영장업 및 체력단련장업 등을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으로 새롭게 추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용익 의원은 이에 맞서 의료법인의 영리추구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한편,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허용한 수개 항목으로만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